[주짓수人] ‘리스펙트’. 광명 주짓수 리스펙트 박진호 관장

   
▲ 박진호 관장

지난 10월 26일과 27일, 일본 도쿄에서는 ‘아시아오픈 주짓수선수권대회’가 열렸었다. 이 대회는 국제브라질리언주짓수연맹(IBJJF)이 주최하는 대회 중 아시아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대회다.

이 대회에 한국에서는 3개의 팀(액션리액션, 본 주짓수, 건 주짓수)에서 14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해외 대회치고는 적지 않은 참가 규모였다.

여기서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 7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의 성적을 거뒀다. 비록 아시아 지역대회이기는 했지만, 주짓수 강국인 일본과 일본에 거주하는 브라질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얻어낸 것임을 감안하면, 한국 주짓수의 실력이 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결과였다.

7개의 금메달이라는 결과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퍼플벨트와 노장들의 투혼이 빛났다는 점이다.

퍼플벨트 남자 시니어1부(35세 이상)와 남자 시니어2부(40세 이상)에서 2관왕이 2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퍼플 남자 시니어1부의 2관왕은 최근 한국의 퍼플벨트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김형철(액션리액션)이고, 다른 한 명은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인 박진호(액션리액션)였다.

이 중에서 이번에 <무림통신>이 만난 인물은 박진호 선수다.

박진호 선수가 이번에 거둔 결과는 표면적으로는 퍼플벨트 2관왕. 그러나 40대 이상이 출전하는 시니어2부에서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평가는 과연 온당할까?

   
 

주짓수가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년, 한국에 소개된 것은 10년 남짓하다. 이 짧은 기간 동안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무술이 바로 주짓수다.

그렇다면, 이 주짓수가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어디 있을까? 주짓수의 가치는 무엇일까?

주짓수가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UFC를 대표로 하는 종합격투기에 기댄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주짓수가 단순히 이름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수련하는 인구가 늘어나게 된 것은 주짓수가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무술로서 첫 손에 꼽힌다는 점에 있다.

태권도를 위시로 한 국내의 많은 무술들의 가장 큰 문제점 두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는 실력에 따른 승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유단자라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수련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말로는 태권도 5단이지만, 평소에 수련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일정 기간이 되면 승단 심사를 보고 승단을 하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승단을 할 만큼 실력이 나아졌는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것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국내 무술계의 현실이다.

이에 비해 주짓수는, 적어도 블렉벨트를 딸 때까지는 경기를 통해 그 실력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승급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주짓수 경기는 수준별, 성별, 나이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그러므로 주짓수를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수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승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분야에 맞는 부문에 출전해서 실력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점을 볼 때, 불혹을 넘긴 주짓떼로 박진호 선수의 대회 참가는 당연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 맞는 경기에 출전했고, 그 경기에서 좋은 성적으로 실력을 입증했다.

박진호 선수는, 많은 국내 블랙벨트들이 그러한 것처럼 주짓수를 접하기 전에 합기도를 배웠다. 합기도 사범을 거쳐 관장으로 도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서른 다섯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합기도를 버리고 주짓수로 전향을 결심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계속 합기도장을 운영했더라면, 다른 관장들처럼 지도사범을 두고 초등학생 관원이 늘어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생활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박진호 관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정통 주짓떼로로 인정받고 있는 액션리액션의 강성실 관장을 통해 정식으로 주짓수에 입문했다.

현재는 강성실 관장으로부터 인정받은 액션리액션의 첫 번째 지부도장으로서 경기도 광명에서 주짓수도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액션리액션 광명도장은 작은 규모에 비해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어 주목을 받는 도장이기도 하다. 또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없지 않은 국내 주짓수계에서, 박진호 관장의 친화력은 팀을 넘어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박진호 관장은 자신의 도장의 모토를 ‘리스펙트(Respect)’라고 정했다.

“주짓수를 하다보면, 대회장에서건 도장에서건 승자는 우쭐해지고, 패자는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짓수라는 무술이 상대방이 없으면 절대 배울 수 없는 무술이라는 점에서 도장에서의 동료는 물론이고, 대회에서의 경쟁자 역시 함께 주짓수를 배우는 동지라는 점에서 존중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력으로 상대방에게 탭을 받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의미있지만, 탭을 치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사람은 함께 주짓수를 배우는 동지라고 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탭을 받더라도, 탭을 치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마음,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장의 모토를 리스펙트라고 정하게 되었습니다.”

박진호 관장에게 이번 아시아오픈은 국제대회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소감은 어땠을까?

   
 

“그 동안 문디알을 비롯해 국제 대회에 수 차례 참가했었는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비록 시니어2부문이기는 해도 체급과 무제한급에서 2관왕을 해서 자신감을 얻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제 대회에서는 시니어 부문이라고 해도 마스터나 어덜트에 못지 않은 힘과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습니다. 10년 20년 씩 꾸준히 주짓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러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남들보다 주짓수를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남들보다 오래 주짓수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대회에 나가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주짓수 레드벨트들이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들이 과거에 대단한 선수로서 활약을 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60이 넘고, 70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이들과 롤링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 주짓수의 역사, 이제 10년이다. 30년 후, 젊은이들과 도복을 입고 롤링을 할 수 있는 주짓떼로는 과연 얼마나 남을 것인가?

   
 

<무림통신 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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